오르낭의 매장

오르낭의 매장

마을 사람들의 장례식을, 거대한 역사화처럼 그리다

그림 크기부터 압도적입니다.

가로 약 6m 68cm, 세로 약 3m 15cm.

이 거대한 작품은 쿠르베의 대표작, <오르낭의 매장>입니다.

그림 속 장면은 특별하지 않습니다.

쿠르베의 고향 오르낭에서 열린 외할아버지의 장례식.
그저 지방 마을의 평범한 장례식이죠.

그런데 바로 그 평범함이 당시엔 엄청난 사건이었습니다.

귀족도 영웅도 아닌, 평범한 사람들

당시 이런 크기의 그림은 보통 왕족, 귀족, 전쟁 영웅 같은 ‘위대한 존재’를 위해 사용됐습니다.

왜냐하면 대형 캔버스는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쿠르베는 그 자리에 평범한 시골 사람들을 올려버립니다.

돈 많은 후원자도 아니고,
역사책에 기록될 영웅도 아닌 사람들 말입니다.

심지어 그림 속 46명의 인물 대부분은 실제 가족과 이웃들이었습니다.

쿠르베는 그들을 마치 역사화의 주인공처럼 정면에 세웠죠.

모두가 슬퍼하지는 않습니다

이 그림을 자세히 보면 꽤 이상합니다.

장례식인데도 사람들의 표정이 제각각이거든요.

누군가는 고개를 숙이고,
누군가는 멍하니 서 있고,
어떤 사람은 별로 슬퍼 보이지도 않습니다.

심지어 코가 붉게 달아오른 사람도 있죠.

전날 술 한잔 걸치고 온 것 같은 얼굴입니다.

하지만 사실 장례식이란 원래 그렇습니다.

가족은 무너지듯 슬퍼하지만,
멀리서 온 사람들은 비교적 덤덤하기도 하죠.

쿠르베는 그런 현실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아름답게 꾸미지도,
감정을 과장하지도 않았죠.

쿠르베가 진짜 그리고 싶었던 것

이런 사실적인 표현은 당시 비평가들에게 거센 비난을 받았습니다.

“천박하다.”
“장례식을 왜 이렇게 거대하게 그리냐.”

하지만 쿠르베는 알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왜 불편해할지요.

왜냐하면 그는 단순히 장례식을 그린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도 그림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선언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쿠르베는 사회주의적 신념을 가진 화가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왕이나 영웅 대신,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의 진짜 사람들을 그리고 싶어 했죠.

현실을 그대로 들이밀었던 그림

쿠르베는 이 작품을 1850년 살롱전에 출품합니다.

실력 자체는 압도적이었기에 입상까지 했죠.

하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습니다.

너무 현실적이었고,
너무 솔직했으니까요.

사람들은 아름다운 거짓말에는 익숙했지만,
거대한 캔버스 위에 펼쳐진 현실은 낯설어했습니다.

어쩌면 쿠르베는 이 그림으로,
예술이 더 이상 귀족만의 것이 아니라는 걸 세상에 선언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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