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가

몽상가

그녀는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여인은 소파에 기대어 앉아 있습니다.

몸은 편안해 보이는데, 표정은 이상하리만큼 멀리 가 있죠.

눈빛은 차분하고, 고요합니다.

하지만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그 안에 설명하기 어려운 외로움이 서려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마치 이미 마음 한쪽이, 조금씩 다른 곳으로 떠나고 있는 사람처럼요.

이 그림 속 주인공은, 화가 제임스 티소가 사랑했던 여인 캐슬린 Kathleen Newton입니다.

그리고 이 그림은 단순한 초상화가 아닙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점점 사라져 가는 시간을 붙잡아두려 했던 기록에 더 가깝죠.

그녀는 당시 런던 사교계의 문제적 인물이었다

캐슬린 Kathleen Newton은 당시 런던에서 꽤 유명한 여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좋은 의미의 유명세는 아니었죠.

십 대 후반, 그녀는 인도에 있던 영국 관리와 결혼합니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고, 결국 이혼하게 됩니다.

이후에는 해군 장교와 사랑에 빠져 아이까지 낳게 되죠.

지금이야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당시 빅토리아 시대 영국 사회는 굉장히 보수적이었습니다.

‘사생아를 둔 이혼녀’라는 시선은, 그녀를 끊임없이 따라다녔죠.

하지만 티소는 그런 사회적 평가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그는 캐슬린 Kathleen Newton을 사랑하게 되었고, 런던으로 돌아온 뒤 그녀와 사실혼 관계로 함께 살기 시작합니다.

사랑은 그의 삶을 무너뜨렸지만 동시에 완성시켰다

당시 티소는 굉장히 성공한 화가였습니다.

영국 상류층 인물들을 세련되고 우아하게 그려내며,
사교계 초상화 화가로 큰 인기를 얻고 있었죠.

하지만 캐슬린과의 관계가 알려지자,
상류층 고객들은 하나둘 등을 돌리기 시작합니다.

명성과 수입도 빠르게 흔들렸죠.

그런데도 티소는 훗날,
이 시기를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으로 기억합니다.

이제 그는 귀족들의 초상이 아니라,
자신이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그녀가 사라지는 시간을 그리고 있었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캐슬린이 결핵에 걸리게 된 겁니다.

당시 결핵은 사실상 치료가 어려운 병이었죠.

병은 사람을 천천히 쇠약하게 만들었고,
티소는 그녀가 점점 약해져 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함께 보낸 시간,
남아 있는 표정,
조용히 지나가는 순간들을 화면 위에 붙잡아두듯이요.

그래서 이 초상화는 단순히 우아한 여인의 그림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어딘가 지쳐 있고,
고요하고,
희미한 슬픔이 천천히 스며 있는 것처럼 느껴지죠.

사랑했던 시간은 단 6년뿐이었다

티소와 캐슬린이 함께한 시간은 단 6년이었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너무 짧은 시간이죠.

하지만 어떤 사랑은,
얼마나 오래 함께했는지보다,
얼마나 깊이 서로를 바라봤는지가 더 중요하게 남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그림은 초상화라기보다,
누군가를 오래 바라본 시간의 기록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캐슬린의 눈빛은,
지금 봐도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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