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비드
잔 로렌초 베르니니의 〈다윗〉입니다.
먼저 다윗의 얼굴을 보세요.
입술을 꽉 다물고, 온몸에 힘을 주고 있습니다. 지금은 돌을 던진 뒤가 아니라, 막 던지기 직전의 순간입니다.
손에는 새총이 들려 있고, 허리는 크게 비틀려 있습니다. 돌을 더 멀리, 더 강하게 던지기 위해 온몸의 힘을 끌어모으고 있는 것이죠.
분명 차가운 돌로 만든 조각인데도, 곧바로 움직일 것처럼 느껴집니다.
미켈란젤로의 다윗과 다른 점
베르니니의 〈다윗〉은 미켈란젤로의 〈다윗〉과 자주 비교됩니다.
미켈란젤로의 다윗이 싸우기 전, 조용히 골리앗을 바라보는 모습이라면, 베르니니의 다윗은 이미 싸움 한가운데 들어와 있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는 아름다운 몸보다, 움직임과 긴장감이 먼저 느껴집니다.
이것이 바로 바로크 조각의 매력입니다.
다리 사이에 놓인 물건들
이제 다윗의 다리 아래쪽을 보세요.
갑옷과 악기가 놓여 있습니다.
갑옷은 사울 왕에게 빌린 것이지만, 움직이기 불편해서 벗어둔 것입니다. 다윗은 무거운 갑옷 대신, 새총 하나로 골리앗과 맞서기로 한 것이죠.
옆에 있는 악기는 키타라입니다. 다윗이 승리한 뒤 하나님께 감사의 노래를 바칠 때 떠올릴 수 있는 물건입니다.
그런데 이 악기에는 독수리 장식이 있습니다.
독수리는 이 작품을 주문한 보르게제 가문의 상징입니다. 베르니니는 조각 속에 의뢰인의 흔적도 자연스럽게 남겨두었습니다.
보르게제 가문의 희망
이 작품은 보르게제 가문에게도 특별한 의미가 있었습니다.
한때 막강한 권력을 누리던 보르게제 가문은 교황이 바뀌면서 힘을 잃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교황 우르바노 8세가 등장하자, 다시 권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기대를 품게 됩니다.
그때 보르게제 가문은 베르니니에게 이 〈다윗〉을 의뢰했습니다.
작은 다윗이 거대한 골리앗을 이기려는 순간.
어쩌면 이 장면은 다시 일어서고 싶었던 보르게제 가문의 마음과도 닮아 있었을지 모릅니다.
베르니니의 얼굴
마지막으로 다윗의 얼굴을 다시 보세요.
흥미롭게도 이 얼굴에는 베르니니 자신의 모습이 담겨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조각가는 다윗의 표정 안에 자신의 얼굴을 넣어, 싸움 직전의 긴장과 집중을 더욱 생생하게 표현했습니다.
이제 조각 앞에서 잠시 멈춰보세요.
다윗은 아직 돌을 던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직전의 순간이기 때문에, 우리는 다음 장면을 머릿속으로 상상하게 됩니다. 돌이 날아가고, 골리앗이 쓰러지는 순간까지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