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트르드 대성당
모리스 위트릴로는 보통 몽마르트의 풍경을 많이 그린 화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좁은 골목, 허름한 건물, 조용한 언덕길 같은 풍경들이 그의 대표작이죠.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다릅니다.
위트릴로는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을 그리고 있습니다.
아마도 모네의 <루앙 대성당> 연작에서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 그림에서도,
거대한 성당 자체보다 그 순간의 분위기와 감각을 담으려는 시선이 느껴지거든요.
특별한 기교 없이, 담담하게
화려한 기술이 크게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빛을 극적으로 표현하거나,
대담한 구도를 사용한 것도 아니죠.
위트릴로는 그저 자신이 바라본 성당의 느낌을 담담하게 옮기려 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묘하게 눈에 들어오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성당 입구의 붉은 문입니다.
주변은 비교적 차분한 색으로 그려졌는데,
유독 입구만 강한 붉은색으로 칠해져 있죠.
그 작은 색 하나가 화면 전체의 분위기를 흔들어놓습니다.
그림 안에 스며든 불안
어쩌면 그 붉은 문은 위트릴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낸 색일지도 모릅니다.
위트릴로는 인상주의 화가들의 뮤즈였던 수잔 발라동의 아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른 채 자랐죠.
어머니의 자유로운 삶 속에서,
늘 마음 한편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과 결핍이 남아 있었습니다.
실제로 위트릴로는 평생 정신적인 불안과 알코올 중독에 시달렸고, 그 감정은 그의 풍경 속에도 자주 스며들곤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성당 그림도 단순한 건축 풍경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조용한 거리와 거대한 성당 사이에서,
어딘가 외롭고 불안한 감정이 천천히 번져 나오죠.
풍경을 그린 것이 아니라, 마음을 남긴 화가
위트릴로의 그림은 화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솔직하게 느껴집니다.
그는 완벽한 도시를 그리기보다,
그 도시를 바라보던 자신의 감정을 남기려 했던 화가에 가까웠습니다.
그래서 그의 풍경은 아름답다기보다,
왠지 오래 혼자 걸어본 거리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노트르담의 붉은 문 역시,
어쩌면 위트릴로 마음속 불안이 잠시 밖으로 새어나온 흔적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