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트 모리조 초상화

베르트 모리조 초상화

한동안 오르세 미술관의 포스터와 팜플릿에 자주 등장했던 그림입니다.

에두아르 마네의 <제비꽃 장식을 달고 있는 베르트 모리조의 초상>.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여인은 조용히 앉아 있지만,
이상하게도 시선은 자꾸 그녀의 얼굴로 향합니다.

특히 눈.

깊고 어두운 눈빛은 마치 우리를 바라보는 동시에,
어딘가 더 먼 곳을 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죠.

시인 폴 발레리는 이 그림을 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마네의 초상화 중에서 이 그림보다 더 훌륭한 작품은 없다

모델이 아니라, 화가였습니다

그림 속 인물 베르트 모리조는 단순한 모델이 아니었습니다.

그녀 역시 뛰어난 화가였죠.

모네, 르누아르 같은 인상주의 화가들과 교류했고,
훗날 인상주의 그룹의 유일한 여성 정식 멤버가 됩니다.

마네와의 관계도 특별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림을 배우는 제자 같은 사이였지만,
시간이 지나며 서로의 작품 세계에 영향을 주고받는 동료가 되었죠.

그리고 이 그림이 완성된 지 2년 뒤,
모리조는 마네의 동생 외젠 마네와 결혼합니다.

그러니까 마네는 미래의 자신의 제수를 그린 셈이기도 합니다.

검은색이 이렇게 많은 감정을 만들 수 있다니

이 그림을 자세히 보면 검은색이 굉장히 많습니다.

드레스도,
모자도,
리본도 모두 짙은 검정이죠.

그런데 이상하게 답답하지 않습니다.

검은색 안에서 미묘한 색 변화가 계속 살아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빛이 닿은 부분에는 푸른빛과 회색빛이 스며 있고,
얼굴에는 창백한 흰색과 옅은 장밋빛이 섞여 있습니다.

그리고 가슴에 달린 작은 제비꽃 장식.

그 보랏빛 하나가 화면 전체의 분위기를 아주 미묘하게 흔들어놓죠.

마네는 단순히 형태를 그린 것이 아니라,
모리조라는 사람이 가진 공기와 분위기를 담아내고 있었던 겁니다.

완벽하게 설명되지 않는 얼굴

사실 이 그림은 전통적인 기준으로 보면 ‘완벽하게 정교한 그림’은 아닙니다.

붓질은 거칠고,
선은 흐트러져 있고,
어딘가는 덜 완성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죠.

하지만 바로 그 불완전함 때문에,
이 그림은 더 오래 시선을 붙잡습니다.

모자의 끈은 얼굴을 가리고,
흐릿한 눈빛은 감정을 쉽게 읽히지 않게 만듭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꾸 그녀를 다시 보게 됩니다.

“이 사람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마네는 단순히 얼굴을 복사하듯 그린 것이 아니라,
한 사람 안에 있는 설명되지 않는 분위기까지 남기려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베르트 모리조의 눈빛은,
지금 봐도 처음 보는 아름다움처럼 느껴집니다.

같은 화가의 다른 작품

하루 한 작품,

카카오톡으로 매일 만나보세요.

카카오톡 친구추가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