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의 정물화

전원의 정물화

그림이 유난히 길쭉하죠.

사실 이 작품은 한 미술상인의 파리 아파트를 장식하기 위해 제작된 그림입니다.
문 위에 걸기 위한 용도였기 때문에 화면도 가로로 길게 만들어졌죠.

이 작품은 앙드레 드랭의 정물화입니다.

봄을 상징하는 물건들

그림 속에는 밀짚모자와 꽃바구니, 그리고 두 개의 피리가 놓여 있습니다.

이런 요소들은 18세기 회화에서 자주 등장하던 ‘봄’의 상징이었는데요.

밀짚모자와 꽃은 따뜻한 햇살과 정원을 떠올리게 하고,
피리는 음악과 즐거움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이 그림은 조용한 정물화인데도 묘하게 밝고 경쾌한 분위기가 느껴지죠.

그런데 왜 떠 있는 것처럼 보일까

흥미로운 건 물건들이 놓인 방식입니다.

보통 정물화는 테이블 위에 안정적으로 배치되는데,
이 그림은 물건들이 허공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바닥도 모호하고,
공간감도 완전히 설명되지 않죠.

드랭은 여기서 전통적인 정물화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구성을 실험하고 있었습니다.

익숙한 사물을 그리면서도,
화면 자체는 훨씬 자유롭게 만들고 있었던 거죠.

드랭이 사랑했던 장르

드랭은 평생 정물화를 정말 많이 남겼습니다.

그래서 지금 오랑주리 미술관 Musée de l'Orangerie에서도 그의 정물화를 여러 점 만날 수 있는데요.

아마 드랭에게 정물화는 단순히 사물을 그리는 작업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빛과 색,
형태와 균형,
그리고 공간의 감각까지 자유롭게 실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무대였던 거죠.

그래서 평범한 모자와 꽃바구니조차,
드랭의 손 안에서는 조금 낯설고 새로운 장면으로 다시 태어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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