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ortrait of Paul Guillaume
같은 사람인데, 완전히 다른 얼굴입니다
한 사람을 두 화가가 그렸습니다.
한쪽은 길게 늘어진 얼굴과 텅 빈 눈동자.
그리고 다른 한쪽은 묵직하고 중후한 분위기.
폴 기욤Paul Guillaume의 초상화입니다.
모딜리아니Amedeo Modigliani의 <폴 기욤>과 안드레 드랭 André Derain의 <폴 기욤> 두 그림을 비교해봐도 재밌습니다. 두 그림은 분위기가 완전히 다릅니다.

실제 얼굴 느낌은 모딜리아니 쪽이 더 닮아 보이기도 하지만,
드랭의 그림은 훨씬 무게감 있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물처럼 느껴집니다.
왜 오랑주리에 폴 기욤 그림이 많을까
오랑주리미술관Musée de l'Orangerie에 폴 기욤 작품이 유난히 많은데요.
바로 그의 전 부인이었던 도메니카 기욤이 이 미술관에 많은 작품을 기증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곳에서는 당시 파리 예술계를 이끌던 화가들이 바라본 폴 기욤의 얼굴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성공한 화가와 가난했던 화가
흥미로운 건 당시 두 화가의 현실은 꽤 달랐다는 점입니다.
드랭은 인기가 많았고 그림도 잘 팔렸습니다.
덕분에 비교적 부유하게 살았죠.
반면 모딜리아니는 생전에 거의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그림이 잘 팔리지 않았고, 끝까지 가난 속에서 살아야 했죠.
지금은 두 사람 모두 거장으로 기억되지만,
당시의 현실은 꽤 달랐던 셈입니다.
화가가 바뀌면, 사람의 분위기도 달라진다
이 시기의 드랭은 강렬한 색채를 사용하던 야수파 시절에서 벗어나,
어두운 색조 중심의 차분한 그림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초상화도 굉장히 안정적이고 묵직한 분위기를 풍기죠.
무릎 위에 놓인 장부 같은 책도 눈에 띕니다.
아마 드랭은 그걸 통해 폴 기욤이 단순한 수집가가 아니라,
예술과 돈의 흐름을 움직이던 미술상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같은 얼굴이어도,
누가 바라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는 법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