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와 항아리
몇 번의 붓질만으로, 사물이 살아 움직입니다
처음 보면 완성작이라기보다 빠른 스케치처럼 느껴집니다.
크기도 비교적 작고,
붓질도 굉장히 자유롭죠.
그런데 이상하게 화면엔 힘이 있습니다.
몇 번 툭툭 얹은 붓질인데도,
사물들이 금방이라도 움직일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지니까요.
빛은 두껍게, 그림자는 단순하게
드랭은 빛이 닿는 부분에 노란 물감을 넓고 두껍게 올렸습니다.
반대로 그림자는 굵은 검은 선으로 단순하게 처리했죠.
굉장히 과감한 방식인데도 화면은 전혀 거칠어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빛과 형태가 더 선명하게 살아나죠.
거장은 손잡이 하나도 다릅니다
특히 주전자 손잡이를 한번 보세요.
붓질 한 번을 슥 지나가듯 그었는데,
그걸로 이미 손잡이 형태가 완성되어 있습니다.
초록색 배 위의 노란 터치도 마찬가지입니다.
복잡하게 묘사하지 않아도,
그 짧은 붓질 하나만으로 신선한 빛과 질감이 느껴지죠.
이런 그림은 단순해 보여도 절대 쉬운 그림이 아닙니다.
오히려 수많은 경험과 감각이 쌓여야 가능한 방식에 가깝죠.
그래서 드랭의 이런 작품을 보고 있으면 결국 한 가지 생각이 듭니다.
정말 능숙한 사람은,
많이 그리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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