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용수 소니아
편해 보이지만, 절대 편하지 않은 자세
소니아는 지금 막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서두르지 않고, 흐트러지지도 않고. 그저 그 자리에 자연스럽게 서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처음엔 그렇게 느껴집니다.
한 번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세요
소니아의 오른쪽 손목을 보세요.
꺾여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정확하게. 무심한 척 꺾인 그 각도는 아무나 만들 수 없는 선입니다. 이번엔 발 쪽을 보세요. 다리가 180도로 벌어져 있습니다. 마치 원래 몸이 그렇게 생긴 것처럼 당연하게.
지금 당장 따라 해보세요. 잠깐은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자세로 화가 앞에 오랫동안 서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그 순간, 이 그림이 달리 보이기 시작합니다.
편안함처럼 보이는 것들이 사실은 오랜 훈련의 결과입니다.
소니아 가스켈이라는 사람
그림 속 주인공의 이름은 소니아 가스켈입니다.
리투아니아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춤을 배웠고, 훗날 네덜란드로 건너가 그 나라 최초의 국립 발레단 창립을 이끈 인물입니다. 한 나라의 발레 역사를 새로 쓴 사람이 바로 이 캔버스 안에 서 있습니다.
앙드레 드랭은 그 존재감을 알아봤던 것일까요. 드가가 무용수들의 연습 장면, 피로와 긴장을 포착했다면, 드랭은 달랐습니다. 그는 소니아를 무대 위가 아닌, 지금 이 순간의 사람으로 그렸습니다.
이 자세가 말하는 것
발레는 오래 훈련한 사람일수록 힘을 숨깁니다.
힘든 티를 내지 않는 것, 그게 실력입니다. 소니아의 자세가 편해 보이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수십 년의 노력이 쌓여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 된 것입니다.
드랭은 그 '아무렇지 않음'을 캔버스에 담았습니다. 힘든 것을 힘들지 않게 보이게 만드는 기술. 어쩌면 그림도, 춤도, 결국 같은 말을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가장 어려운 것은 언제나,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것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