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가방

사냥가방

스페인에서 가져온 시선

벽에 걸린 사냥 가방.
그리고 축 늘어진 새 한 마리.

조용한 정물화인데도 묘하게 긴장감이 흐르죠.

드랭은 스페인 여행 이후 정물화에 깊이 빠져들게 됩니다. 스페인 화가들의 어둡고 묵직한 화면에 강한 영향을 받았거든요. 이 그림도 바로 그 시기에 탄생했습니다.

하나의 물건을 여러 방향에서 보다

그런데 그림을 자세히 보면 조금 이상한 부분이 있습니다.

사냥 가방 옆의 하얀 그릇 안쪽이 보이죠?
원래 정면에서 보면 안 보여야 정상입니다.

드랭은 옆에서 본 시선과 위에서 내려다본 시선을 한 화면에 동시에 넣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입체주의 방식인데요. 사물을 해체한 뒤 다시 조립해서, 눈에 보이는 모습보다 “더 잘 보이는 방식”을 찾으려 했던 겁니다.

입체주의 하면 보통 파블로 피카소를 떠올리지만, 사실 드랭 역시 그 흐름을 만든 중요한 화가 중 한 명이었습니다.

피카소보다 덜 어렵게

다만 드랭은 피카소처럼 화면을 완전히 부숴버리진 않았습니다.

입체주의를 사용하면서도 사물의 형태는 남겨두었죠. 그래서 그림이 훨씬 편안하게 읽힙니다.

당시 사람들도 그래서 드랭을 더 좋아했습니다.
피카소의 그림은 정말 너무 어려웠거든요.

오히려 드랭은 실험적인 방식 안에서도, 사람들이 끝까지 그림을 바라보게 만드는 법을 알고 있었던 화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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